이 책은 내가 속한 개척 독서 클럽 <역행자>의 역행자에 이은 두 번째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여러 후보들 중에서 투표로 결정하였다. 손원평 작가의 작품은 군대에서 <아몬드>를 읽어 보았어서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위기는 잔잔하게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줄거리는 2년 전 한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실패했던 중년 남자가 2년 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와 다시 자살 시도를 하려한다. 그리고 그 남자의 인생사와 두 번의 자살 시도 사이 2년의 일을 전개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본인을 ‘김성곤 안드레아’라고 소개하는데 안드레아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를 따라간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얻은 세례명이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신앙심은 없었지만 영어 이름이 필요할 때나 인터넷 상에서 등 일명 ‘부캐’가 필요할 때면 안드레아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어쨌든 김성곤이 안정적이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계속 도전했었는데 계속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했다. 하지만 오뚜기처럼 그는 계속 도전했었다. 하지만 그는 실패로부터의 핵심적인 반성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되는 실패에 마음도 피폐해지고 모아둔 돈도 다 떨어지고 가족에게도 좋은 남편, 가장도 되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집을 나와서 도전한 마스크 사업까지도 실패하고 빛더미만 남게 되어서 자살을 하려 했는데 그 자살마저 실패한 것이다. 오피스텔로 돌아와서 옛날 사진들을 보다가 현재와는 달랐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어떤 도전 욕구가 일어서 사진 속 옛날처럼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생계를 위한 일로 진입장벽이 낮은 배달일을 하며 살아보기로 한다. 그러다가 옛날에 피자집을 운영했을 때의 알바생인 진석을 우연히 만나고, 자신의 오피스텔의 한 켠을 진석의 꿈을 위한 작업실로 내어주고 한 방에서 두 사람의 도전이 시작된다. 배달일을 하다가 어느 학원의 통학버스 운전사인 박실영을 보게 되고, 그의 고고한 모습에 심술이 나서 말을 걸었다가 배움을 얻는다. 김성곤은 처음 세웠던 도전, 자세를 바르게 하기를 어느 정도 이루었고 다음의 작은 도전들을 계속하며 가족과의 관계도 개선된다. 그러다가 본인의 도전에 영감을 받고, 타인의 작지만 꾸준한 도전들을 익명으로 응원해주는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투자를 받지 못하다가 어느 날 찾아온 불행이 될 뻔한 행운 덕에 투자자도 생기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국민 영웅이되고, 지푸라기 프로젝트의 대표가 되고, 꿈에 그리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도 살 여력이 된다. 하지만 박실영의 일이 잘 풀릴 때, 그럴 때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은 복선에 부응하여 계속되는 삶에서의 성공의 챕터가 끝나고 다시 몰락한다. 이때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로 비유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2년 후에 같은 장소로 자살하러 돌아와서 물로 걸어 들어가지만 이를 목격한 낚시꾼이 그를 구하고 또다시 실패하게 된다. 그러고 다시 김실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김실영이 인생을 받아들이는 비법을 김성곤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계속 삶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쓰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잘 산 인생이라고
위로받는다. 참 잘했다. 그 말을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그것을 삶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삼고 다시 김성곤 안드레아는 오뚜기처럼 일어선다. 마찬가지고 다시 실패를 겪은 진석과 다시 만나 처음처럼 한 장소에서 다시 도전을 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지만 변화의 반대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김성곤 안드레아가 지푸라기 프로젝트의 슬로건으로 내건 문장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변화하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 와닿는 문장이었다. 김성곤도 수없이 실패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만 계속해서 도전하는 정신이 멋졌다. 그리고 작가의 독백 중에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것이 진행된다는 것이다.”라는 문장도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든 실패의 나락에 떨어지고 있든 삶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언제 어떻게 흐를지 모른다는 말이 위로도 되고 경고로도 들리는게 오묘하게 와닿는다. 성곤이 지푸라기 프로젝트의 성공 후에 다시 몰락했을 때, 란희는 “넌 절대 안 변해, 변했다고 착각했겠지만 남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여가면서 용케 그런 척한 거야.”라고 한다. 그리고 그 란희와의 다툼에서도 성곤은 화해하는 방법을 알지만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타고난 기질이 가라고 지시하는대로 행동함으로써 다시 관계는 악화된다. 사람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 변한다고 생각되어도 사실을 란희가 말한 것처럼 남과 스스로를 속이며 그런 척을 하는 것일까. 박실영은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있는데, 그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은 정말 드물지만 그 시간까지 온전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한발자국쯤 나아간 사람이 된다고 한다. 그럼 그 한발자국을 나아갔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아닐까? 어쨌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반대말이 변화이니까. 변하려고 도전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변화에 성공한 것 아닐까? 무언가를 도전할 때, 내가 지금 잘 풀리지 않을 때, 박실영의 조언과 김성곤 안드레아의 도전을 다시 떠올리며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은 것 같다.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의 책보다 더 위안이 된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떠오르는, 수 많은 김성곤 안드레아들의 지푸라기가 튜브가 되어 다시 떠오르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이다.
독후감 [자청 - 역행자] 인생의 공략집 / 역행자로서의 삶 (0) | 2022.09.28 |
---|